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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칼럼]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취소, 책임은 북한에게 전가북미회담 강경 훼방꾼들과 땅에 떨어진 미국의 신뢰도
한수경 박사

한·미정상회담 이후, 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바로 직후 기다렸다는 듯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듯 남과 북이 동시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갑자기 전해지자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던 사람들은 충격으로 분노했고, 싱가포르에서의 세기의 북미회담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개 서한에서 북·미회담 취소 책임을 북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박아 놓은 상황에서 미국의 강경파인 존 볼턴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리비아 모델’과 같은 경고성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했다. 그 동안 미국 우익 강경파들의 선전도구이자, 미국의 TV조선이라 할 수 있는 폭스TV는 그들의 이런 강경 발언을 열심히 전파시켜 왔다.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며, 펜스는 부통령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위치로 봤을 때, 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발언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김정은을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처리하면 된다는 오만함에 젖어 있다. 북한을 강력한 압박과 협박으로 굴복시켜, 자신들이 원하는 비핵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백악관 강경파들의 발언들이 북한을 자극할 게 분명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들을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북한의 강한 반발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되거나 협상에 실패할 최악의 경우 그 책임을 북한에 전가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을 향한 강력한 발언은 그냥 나온 발언이 아니라,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에 대한 강한 반발이다. 또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비핵화 대가로 북한 경제를 도와주겠다는 시혜적인 태도에 대한 모멸감의 표출이다. 더욱이 ‘맥스선더’ 한·미군사훈련이 북한을 더욱 자극했음은 자명하다.     

특히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북미회담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 발언 역시 펜스 부통령 발언에 대한 반발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외교적 망신을 당한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복수라도 하듯 한·미정상회담이  있던 바로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을 강하게 위협했다. 그는 “대통령이 확실히 말했지만,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끝장”이라 말하며,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북한 정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강하게 몰아쳤다.

이에 최선희 부상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백악관 강경파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악의 축’이다. 9.11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을 전쟁과 혼란으로 몰고 갔다. 당시 부시는 2002년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여기에 국무차관이었던 존 볼턴은 리비아, 시리아, 쿠바를 ‘악의 축’에 추가했다. 볼턴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여준 발언들은 부시 행정부 당시 끝내지 못한 ‘악의 축’ 국가들의 섬멸작전에 대한 미련과 망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여기에 펜스 부통령의 미국의 시리아 공습 환영 발언이나 북한을 향한 ‘리비아 모델’ 압박 등이 더해졌다. 볼턴에 비해 훨씬 온건하게 보이는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으로 이란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볼턴, 펜스, 폼페이오 등 매파들이 이란 핵협상 파기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시키면서 세계평화를 깨는데 앞장서고 있다. . 

이런 강경파들에게 포위된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그 유명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과는 반대로 ‘거래의 취소기술(The Cancel Art of the Deal)’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기후 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이란 핵협정에선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미·중 무역분쟁 협상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스라엘 미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팔레스타인들의 분노를 촉발시켰고, 이스라엘 군의 총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점점 고립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회담은 마지막 정치생명줄이다.  

유럽의 동맹국들도 트럼프의 ‘최대 압박’과 국제협약의 무책임한 파기 행태와 상대방에게 책임 떠넘기기 등 ‘막무가내 트럼프’에 반발하며, 그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세계의 깡패’가 된 미국 트럼프의 광기를 제어하기 위해 의욕을 상실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 대신 젊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극 나서고 있다.

언론들은 단 한 건의 외교적 협상도 성사시키지 못한 트럼프에게 그 ‘거래의 기술’을 증명해 보이라고 요구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트럼프의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외교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유럽 네티즌들은 특히 국제협약과 협정을 마음대로 폐기하는 미국과의 협상은 ‘종이 한 장의 가치조차 없다’고 비꼬며, 트럼프의 일방적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불발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에 전가시켰다. 북한이 회담 준비과정에서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뒤늦게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으며 구차한 변명들을 늘어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 적대감"을 북미회담 취소 이유로 들었지만, 자신들이 다른 국가들에게 일방으로 행하는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 적대감”에 대해선 기억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북한의 억류 미국인 귀환 조치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미국은 강화된 ‘맥스선더’ 한미군사훈련과 북미회담 폐기로 화답했다.      

한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마치 유리그릇 다루듯 아주 조심스럽게' 대하며, 북한에겐 그 불손한 태도를 고치고 미국을 정중하게 모시라고 요구한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올까 두려움에 떨던 한국의 자한당 부류, 일본의 아베 부류와 미국의 매파 부류의 삼각동맹은 북미회담 취소에 신이 났다. 일본의 아베는 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북미회담의 성공을 비는 다른 나라 정상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런데 어쩌나? 북미회담 취소 후 나온 북한 김계관 담화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를 받은 것은 아주 좋은 뉴스"라며 다시 북미정상회담을 열수도 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큰 '공정거래의 기술'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2018년 4월 21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표지. 누가 서구를 구하나? (Wer rettet den Westen?)

한수경  skh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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