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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칼럼] 한국의 ‘주도적’ 남북문제 해결은 어디로 갔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과 그동안 경색되었던 남북문제에 순풍이 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감행한 사드 배치는 단순히 중국과 러시아와의 불편한 국제관계를 넘어 경제적 보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관계는 한반도 평화를 결정짓는 중대한 문제로 우리의 생명과 미래가 걸려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은 2010년 2월 10일 가동 중단 된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금강산 관광, 스포츠 및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개선을 예고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9년의 결과가 가져온 북한과의 적대적 대치국면을 문재인 정부가 평화적 대화체제로 전환시켜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할 것이란 희망을 품게 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성주의 사드 발사대 4기 '몰래 반입' 및 '보고 누락' 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며, 실무자를 문책하기도 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려 올해 안에 사드 배치는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일단 중국과의 극심한 갈등을 풀어갈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드 철회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전 정부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보이며, 문 정부가 남북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더욱 높여 놓았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곧 눈앞에 다가올 것이란 예측도 가능해 졌다.

하지만 미국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한국정부에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님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환경영향평가의 재검토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기색과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청와대는 수차례 미국을 향해 사드 철회 의도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은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였던 문정인의 워싱턴 발언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청와대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에 대해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한미 정상회담의 걸림돌로 인식한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한미 관계에 도움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엄중경고까지 했다.

더욱이 북에 억류되었다 석방된 웜비어의 사망은 북미 관계를 다시 얼어붙게 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더욱 미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첫 미국 방문이자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상견례에서 혹시라도 사드 문제로 인한 돌발상황을 우려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미국정부에 사드 철회 의도가 없음을 미리 확인시켜 주었고, 이어 문 대통령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 된 셈이다.  

이렇게 미국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며 준비한 한미정상회담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성공적이라 자랑한다. 독일 총리 메르켈의 악수는 거부하고,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과의 악수는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태도에 지레 겁먹고 있었던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와의 무리 없는 악수만으로도 후한 대우를 받아 감사하는 모양세다. 일본 총리 아베는 트럼프와의 19초 동안의 훈훈한 악수에 매우 흡족해 했는데,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흡족한 모습이 더해졌다. 사업가인 트럼프는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또 이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정부가 성과로 거론하는 것은 세가지다. 즉,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었다는 점, 미국의 핵동결 이후 폐기라는 한반도 문제 2단계 해법에 동의해 주었다는 점, 그리고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위한 협력 등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미국이 인정하는 범위’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문 대통령은 자평하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합의했으나, 이 또한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다른 말로 해석하면, 한국정부는 북한과의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대화조차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로 간주하며 현재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북한과의 대화조건은 ‘북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또는 ‘구금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문재인 정부는 한국과 미국을 ‘하나의 몸체’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지 의심스럽다. ‘북미 간’의 문제와 ‘남북 간’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남북 간의 대화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공동성명에서도 명시하듯 북에 대한 압박강화와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정작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후 미국의 독립일 7월 4일에 ‘선물보따리’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에게 안겨주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대북정책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데 대한 위력시위다. 북한은 남한의 정권이 바뀌어도 숭미사대에 빠진 남한엔 기대할 것이 없다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북한과의 대화는 커녕 한국은 북한의 대화상대로 인정도 받지 못한 형국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무력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우리도 쏘자, 빨리 미국하고 협의해봐라”고 지시했다.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미사일 발사계획을 승인했다. 이렇게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가 신속히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먼저 얘기해 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전했다고 한다. 문 정부가 북한에 강력히 맞대응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이 혼연일체가 되었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문 정부는 결국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석에 앉겠다’는 ‘주도적’ 역할을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모양이다. 설사 운전석에 앉으면 뭐하겠는가? 키는 미국이 쥐고 있는데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강건한 한미동맹에 힘입어 중국을 향해서도 사드 배치는 주권적 사안이라며, 중국 간섭은 부당하다고 강변했다. 

6일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에 도착해 “북한의 도발을 멈추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여러 정상들과 그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싶다”고 독일 총리 메르켈의 적극적 지지를 부탁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적극적인 대화와 긴장완화 조치보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훨씬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대북정책에 있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제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을 대면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과시했지만, 반대로 주변국가와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혀 놓았고, 대북정책에 대한 평화적 접근과 북한과의 대화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실수로 작성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대한미국’이 아니길 바란다.       

 

한수경 박사  skh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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